오늘은 아침부터 멍했다.
감기기운인가보다.
콧물도, 기침도 잦다.
눈알도 뻑뻑하다.
아침엔 따뜻한 물 한잔 마시면서,
알바할 것 있나 이것 저것 뒤져본다.
채팅창은 오늘도 조용하다.
다들 바쁜가보다.
오후에 사람을 만났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자신의 사업 자랑이 한창이다.
부럽다.
같이 일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현실의 벽이 여러가지 있다보니 말을 못 꺼낸다.
그저 커피만 홀짝 거리고, 그러다보니 소변도 마렵고,
그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계속 소변을 참아본다.
거의 2시간 가까이 참은 듯 싶다.
그가 일어서며,
"저처럼 소변을 자주 안보시나봐요"
이러는데,,, 그가 화장실 다녀오고 나서,
나도 그때서야 촐랑 촐랑 거리며 뛰어 다녀왔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해가 뉘엿뉘엿 질때쯤,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사람을 만나,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다.
칼국수엔 김치가 정말 킥이다.
김치만 두 번 리필해 먹고,
계산은 그 사람이 할 수 있게 슬쩍 비켜섰다.
수입이 없다보니 이렇게 뻔뻔해질 수 있다.
잘 먹었다는 말을 꼭 해주었다.
지금 이렇게 밥 사주는 사람이 있는게 너무 행복하다.
잉여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집에만 혼자 있다보면 여러 가지 생각,
슬픈 생각, 힘든 생각이 몰려드는데,
막상 나가서 만나다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가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또 다시 터벅터벅 슬퍼지기 마련이다.
다들 잘 사는 것 같아 부럽다.
뭐 또 다시 해 뜨겠지 하고, 해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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