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인간 비밀일기

#1 어느 평온한 날, 삶의 의미를 묻다.

40대후반직딩 2025. 2. 19. 22:22

오래토록 집에 있어왔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물 한잔 마시고, 책상에 앉는다.

 

이메일을 열어봤는데, 스팸만 가득 와 있다.

다 삭제하고,

 

메신저를 열어보니, 친구들은 다들 출근하느라 바쁜가보다.

뉴스를 열어보니, 죄다 윤석열 뉴스, 민주당 뉴스, 트럼프 뉴스에 바쁘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무의미하게 매일 매일 보내는 내 모습이, 뭔가 허무하다.

창밖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차들, 사람들, 그 속에서

나는 책상에 앉아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

 

존재감 0

 

곧 있을 재판 준비를 위해, 증거기록 파일들을 열어본다.

PDF 파일을 열면서 나하고 관련 있는 내용들만 찾아서 읽어본다.

 

읽다가 보니, 감정이입이 되고, 힘들다.

증거기록을 다섯 권 정도 읽다가 파일을 닫는다.

 

유투브를 켰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1.5배속으로 틀어놓고, 

잠시 멍하니 음료를 마시는데,,, 이제 좀 식상하다.

빨리 탄핵되고, 좀더 생산적인 뉴스로 가면 좋겠다.

 

하기사, 나보다 더 무의미하랴..

증거기록 읽기가 싫어진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배가 고프다.

 

냉장고에 군것질 거리 꺼내먹고 다시 멍때린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 꼭 나와 같다.

 

몇 년 만에 친구가 하나 카톡이 왔다.

잘 사냐고 묻는데, 지금 잘 산다고 답할 수가 없다.

그냥 저냥 지낸다고 답하고 멋적게 이모티콘을 보냈다.

슬쩍 알바할거 없냐고 물으니, 택배 포장 잘하냐고 묻는데, 웃어 넘겼다.

따뜻한 봄날 오면 커피 한잔 하자는 말에 그러자고 하고 카톡 창을 닫는다.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데, 

별로 오늘은 한 일도 없이 하루가 가버렸다.

 

사람이 이렇게 무의미하게 하루를 보내면, 

그건 살아있는건가, 아니면 죽어있는건가?

 

오늘이 벌써 수요일구나..

통장 잔고도 얼마 안 남았구나..

이번 달엔 수입이 전혀 없네...

통장 잔고 등 숫자를 보면,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뭐라도 벌어야하는데.. 걱정이다.